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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일지 / 작성시간 : 2010/03/07 14:30
데이원. 페이퍼 쓰고, 빨래하고... 기타등등 집 나가기 전에 난리 부르스 치는 그 전철 그대로 밟아
밤 꼴딱 새고 죄없는 교회 후배녀석 잡아다가 아침밥까지 먹으며 8시반, 학교 앞 도착.
국제적으로 배우들은 다 똑같은 건가, 지각하는 놈들은 꼭 지각하고 만다.
예정보다 30분 늦은 9시 반 출발 ....
오늘은 Cleveland Playhouse Theater를 방문하였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지방극장이라고 한다. 미국에서 또 가장 큰 지방극장이라고 한다.
별로 기대하지 않고 번갯불옥수수 엉망진창 포트폴리오를 두 팔에 가득 안고
동료배우들이 오디션하는 거 앞에서 보면서 응원단 하다가,
배우들 보내고, 극장 디렉터와 일대일 미팅을 가졌다.
완전 기대한 것도 없고 준비한 것도 없어서 좀 쫄았던 것 같은데
말은 어찌 그리 청산유수스럽게 술술 흘러나오던지. 막 조크도 하더라, 나. 신기해 하이튼.
나의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땀 삐질삐질 열심히 보여주는 나를 관심있는 척 바라보던 디렉터,
지금은 2500석인 극장이 너무 버거워져서 다운타운에 있는 극장을 구입하여
1년 후 구조 조정을 꾀하고 있는데
그 인사 구조 내에 드라마트루기를 원츄하는데 졸업 언제 하냐고 묻는 거 있지.
나처럼 젊은 인사를 찾고 있고 있다고.
뭐,
완전 고용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졸업도 1년 남긴 했고,
연출직도 아니고 작가직도 아니고,
사실 젖소나라를 떠나, 또 이런 시골동네서 일하긴 싫긴 하지만.
옆에 앉아 있던 스티브 교수님은 완전 좋아갖고 우리 지도교수한테 전화하고 막 그랬다.
뭔가 자신감이 생겼다고 해야 하나? 자신감인가?
... 나에 대한 꿈, 비젼... 이런 거에 말려서
막 둥둥 뜨면서 밤새도록 세븐일레븐의 핫도그처럼 동글동글 굴러다니던
그런 들뜬 자신감이 아니고.
뭔가 묵직한. 나보다 더 큰 힘으로 더 큰 손으로 더 큰 지도를 그리시는
대장님에 대한 신뢰라고 해야 하나.
이렇게 되나, 저렇게 되나,
어쨌든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그 누구보다도 빠른 샛길로
나는 이렇게 변했고, 성장했고, 커졌구나.
이걸 견뎌서 여기까지 와 서 있는 나도 대견하고
질질 짜고 싫다고 도망다니고 안아준다는 거 뿌리치던 녀석
굳이 가르쳐서 이 자리에 앉혀 놓은 그 분의 책임감, 또 약속이 벅차고.
다른 녀석들은 다 2인 1실인데 나 혼자 떡하니 더블베드 두개짜리 방 차지하고 앉아서
학교에서 식비로 들어온 몇백불 인터넷으로 확인하며, 지도교수에게 보고이메일 보내며
오랜만에 내 손으로 내 어깨 토닥여 주며, 씨익 웃다가
문득 따스하게 느껴졌다.
난.
혼자가 아니었다.
그 때도, 지금도.
그래서 잠자코 찌그러져서, 기대만땅으로 오늘도 두 손 모으다가 자려고 한다.
chokkie
2010/03/07 14:30
2010/03/07 14: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