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kkie's Plac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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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1/30 잠깨기
  2. 2010/10/14 아이팟의 마지막 수업. (3)
  3. 2010/04/26 천둥치는 주일 오후 (4)
  4. 2010/04/08 내가 원하는 거. (9)
  5. 2010/03/14 그리운. (4)
  6. 2009/01/14 나는 나, 정한솔. (7)
  7. 2007/08/18 머나먼길
  8. 2007/07/20 벌써 막바지

잠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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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에 잠들었는데 10시에 눈이 떠지네. 좀 더 잤음 싶은데.
그리워~ 그리워~ 이런 노래에 알람을 맞춰 놓고 잤나봐.
왜 그랬지, 아침부터 괜히 아린 심장으로 깨게. 에잇.

잠 덜 깬 상태로 검은콩물 벌컥벌컥 마시며 오믈렛 구워먹었더니 속이 미식거려. 위장의 반란.
오믈렛은 이제 버릴 때 됐는 버섯과 시금치, 유종의 미를 거둬주니라 했는데
계란을 너무 바삭 태워버렸는지 별 맛 없어.
치즈도 룸메가 사 온 세일하는 거 싼 거 썰어 넣었더니 그냥 고무맛 나구.
이 년은 맨날 내 꺼 맛있는 거 다 먹어제껴 놓고는 지가 살 차례되면 싸구려만 사오더라.

...
잠이 덜 깨니 까칠하네.
아임 쏘 낫 모닝사람.

어제 오랜만에 컴퓨터 앞에 너무 오래 앉아 있었나봐, 어깨 결리고 궁둥이 아프고
직업병이 드디어 온 몸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거야? 서른도 되기 전에 이럼 어쩔.


징징.
징징징. 아 시끄러. 나도 내가 시끄러. 넌 오죽할까.


할 게 너무 많다고 조급증 우울증 증증 난리를 쳤는데.
막상 하나씩 하나씩 하다 보니 되긴 되더라. 물론 아침 7시까지 눈 시뻘겋게 뜨고 있었지만.
뛰어난 집중력.
이라기 보다는, 사실 이례적인 자존심.
두고봐, 이런 나쁜 쉑들... 하는. 이를 악물게 하는 쓸데없고 몸 헤치는 자존심.


얼마 자지도 않았는데. 꿈은 또 얼마나 난잡하게 꾸는지.
내 무의식엔 대체 무슨 부스러기가 더 남았다고 자꾸 더 들추는지.
아 정말 모닝사람두 아닌데 빵부스러기 뒤집고 잔 것 같은 기분으로
찝찝하게 기상하게 만드네.
무의식 흡입 수술 받고 싶어.
해리포터에서 옛날 기억을 지팡이로 슈욱- 지렁이 빼내듯 빼내는 것처럼.

디게 시원할 것 같아. 상쾌도 할 것 같고.
막상 빼내어서 쳐다보면, 내가 미화해서 기억하는 것, 혹은 아프게 기억하는 것들,
진짜 별 일 아니었구나, 라구 웃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갇혀 있으니 자꾸 썩어서 꿈에 나타나.

짜증나.


이 노래두 후반에 가니까 상당히 우는구나.  
징징.


... 이 글 뭔가 왈지스럽게 정신없네. 잠깨자. 잠깨서 일하자. 해 떴을 때 일하자.






2011/01/30 01:40 2011/01/30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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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팟의 마지막 수업.

아이팟이 뻑이 났어.

2005년 겨울 즈음, 데이빗이 사준 아이팟 5세대 깜둥이 아이팟으로,
내 수중 가장 할아버지 애플템인데.
그 아이가 5년의 세월이 힘겨웠는지,
아니면 나노, 아이폰, 셔플 등등 다른 신입들한테 밀렸다고 심통이었는지,
어제 갑자기 제자리에 얼어버렸어.
오랜만에 승우오빠랑 선영언니가 부른 맨 오브 라만차가 듣고 싶어져서
서랍에 박아둔 할아버지 아이팟을 꺼내어 스피커에 연결했는데
장자자장 장자자장, 기타 소리로 시작되어 "그 꿈 이룰 수 - " 하다가 뚝 끊긴거야.

이거 뭥미 하여 얼릉 달려가 봤는데,
화면은 그대로 밝고 명랑하게 빛나고,
II 가 아닌 > 모양으로 플레이하고 있다고 외치는데
아 글쎄 소리가 아무것도 안 나오는 거야.
버튼을 이거 저거 눌러봐도 아무런 반응도 없으시고
극처방인 중간 동그래미 버튼 + MENU 를 5초 눌렀다 15초 눌렀다 30초 눌렀다
내가 아는 모든 걸 총동원해서 아무리 살려보려고 해도

완전 쿠데타인 거지.

그 안에 있는 사진이며 동영상이며
다른 매체에는 저장도 되어있지 않은 백몇개 되는 공연 앨범들이
뇌리를 솨악- 스치며, 진짜 머리가 하애지더라. 나 백발.

할아버지, 미안해... 이제 와서 아무리 빌어보고 용서를 구해도 요지부동.


일단 학교를 가봐야하니 어떻게 할 수 없고, 밤에 와서 네이버에게 물어보든 어쩌든 해야겠어.
라고 생각하고 반짝 반짝 밝은 아이팟을 침대에 내팽겨치고 다시 빨강 나노를 목에 걸었지 뭐.


하루 종일 문득문득 생각나더라, 내 아이팟. 내 사진. 내 음악.
나 완전 기록광에 변태라서 아무것도 못 버리는 성격인데
이렇게 기계들의 쿠데타에 속수무책 당한 게 한 두번이 아니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매번 이렇게 백업도 안 해두고 뭘 믿고 매번 똑같은 실수를 하는지,
하루 종일 왠 종일 기분이 20% 다운 된 채 다녔어.


역시 기계든 동물이든 사람이든,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규.

아.... 슬퍼하며 하루를 보낸 후, 귀가. 아이팟님을 다시 한번 힐끗 쳐다봤어.
일단 화면은 꺼졌고, 뜨겁게 달아 오르던 열도 내렸더라구.
혹시나 하는 마음에 버튼 하나 둘 눌러봤는데. 역시 죽었어.

나 또 포기는 빠르잖아.
결국 그냥 스피커 위에 다시 꽂아 놓고 (일종의 장례식)
별 언니랑 전화하며 수다 떨다가
야식으로 쥐포도 구워먹다가 그러면서 잊었는데,  

자기 전에 다시 한번 콕- 소심하게 눌러본 플레이버튼.
디리링~ 리턴 오브 할아버지!!! 이게 왠일 왠떡 왠부활절!!!
진짜 가시기 전에 마지막 인사일지도 모르겠다 싶어서 얼릉 백업부터 했지롱.

알고보니까,

아이팟이 가끔 그럴 때가 있다네?
그리고 그럴 땐 그냥 방전 되게 가만 뒀다가,
완전 방전 되면 다시 충전만땅하구,
그럼 다시 노말하게 잘 굴러 간다는 거야.


재충전을 위해서는 방전도 해야된다. 오늘 할아버지의 지혜로운 레슨이었어. ㅋ




사실 이번 주 온 정신이 가출했었거든.
공연 3개 굴리고 작품 하루에 30장씩 써내고 이사 준비하고
아 나 진짜 이렇게 바빠 본지 또 오랜만이라 너무 따운 되는 거라.
한국 갔다 온 뒤로 새벽기도도 좀 가고, 10시 칼취침에 완전 행복하고 긍정적인 삶이었는데
갑자기 흐트러지기 시작하더니, 다시 과거의 가시들이 삐쭉삐쭉 돋고,
다시 또 그립고, 우울해지고, 옛날 생각에 센치해지면서 시간 낭비하는 내 모습이
너 무 싫 은 거.

역시, 정한솔 본판이 어디 가겠니.
한국에서 내내 놀다가 왔으니까 건강하게 여유롭게 그랬던 거지,
또 일 시작하니까 스트레스 받고 불규칙적이고, 예민해지고, 아 구려구려.
어쩜 이렇게 오래 가질 못하나. 난 왜 항상 긍정적이지 못하는 걸까.
무릎팍에서 본 세븐은 완전 초 긍정긍정이던데.

이렇게 스스로 못살게굴기 놀이를 하고 있었는데.

잠시 배째~ 하며 뻑났던 아이팟님을 다시 사랑스레 쓰다듬어주며 백업하며 든 생각은,
사람이 어떻게 매사에 밝고 긍정적이야. 업이 있으면 다운도 있어야 그게 사람이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천둥번개가 치나 계속 쳐 웃고 있으면 그거 정신병이지.
가끔씩 너무너무 힘들어 구덩이에 빠지면 빠진채로 잠시 방전하구,
방전이 완료되면 또 다시 일어서 충전하구,

내 리듬대로 살면서, 어쨌든 중심의 끈을 놓지 않고 계속 살아만 있으면 되는 거야.
내 주인은 내 아이팟의 주인과는 다르게, 매 순간 매 순간 백업시켜 놓는 분이니까.
조금 방전되도, 조금 주저앉아도, 그 전에 쌓아둔 것들은 다 돌아오는 거잖아.

그러므로.
정신 없는 이 시기를 정신 없는 채로 즐기고,
그리움에 달아 오를 때는 달아오르는 대로 느끼고,
속상하고 아프고 누군가가 미울 때는 괜히 안 먹히는 버튼 누르고 있지 말구,
그냥 알아서 꺼질 때까지 잠잠히, 묵묵히, 감정을 소중히 여기면서 가지고 있으면 되.




어제는 이강욱이 꿈에 나와서 슈무얼 복장을 하고 아이팟 1세대를 선물해주고 갔어.
개꿈이겠지만, 그냥 뭔가, 기분이 따뜻한게, 떨어져 있음이 조금은 속상한게,
마음이 따끔따끔한 게.

오늘 하루를 살만큼은 충전된 거 같아.





2010/10/14 23:59 2010/10/14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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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둥치는 주일 오후

하루 종일 집 밖을 나가지도 않고
잠옷차림 그대로 연달아 30 Rock 보고 앉아 있다.

교회도 안 갔다.
꿈 속에서 청년부 총무한테 완전 된통 얻어터졌다.

여자들 모인 곳에 으레 그렇듯이 슬슬 나 모르게 나쁜 소문 막 돌리다가
어느 날 갑자기 왕따 시키는 거라. 그러다가 목사님에게 나의 죄목을 판단 당했고
그 모두가 나를 엘레베이터 안에 가둬버렸다.
그런데 그 엘레베이터가 지옥으로 내려가는 엘레베이터였는데,
지옥도 죄목에 따라 등급이 매겨지는 거였다.
지하 1층... 2층... 3층... 고 불들이 차례차례 들어오며 절대 멈출 줄 모르는 엘레베이터에서
영원무궁한 바이킹을 탄 기분이었다.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 엘레베이터는 지하 100 뭐시기 층이 될 때까지 계속 내려갔다. 귓구멍 터지는 줄 알았다. . . 

기분이 너무 속상해서 아침에 일어나 샤워까지 하고 향수도 뿌리고
하나님한테 미안하다고 하고 그냥 다시 잠들었다.

11시경 기상하여 다시 생각해보니, 참 비논리적인 행위였던 것 같다.
하지만 꿈속에서 나 너무 상처 받았단 말이다.

내년부터는 교회를 다시 찾아볼까 싶다. . . 어딜 가도 나쁜 사람은 나쁜 사람이지만.
속상한 일이 너무 많았던 지난 며칠이었단 말이다.

#
2주 후에 런던행. 런던에서 에딘버러. 에딘버러에서 남아공.
아, 여름만 되면 지구 곳곳에 날라다니는 취미 때문에 졸업이 몹시 아쉽겠구나.
내년에는 이집트나 그리스 이런 데 가볼까 싶다. 비행기 표 비싼 쪽으로. 쿠하하하. ;;;


#
5월 1일, 금요일에는 종강식을 한다.
Convocation이라구 연극과 학부생/대학원생 다 모여서
1년을 무사히 죽지 않고 끝낸 것을 축하하는 마무리 모임 같은 것이다.
종강식 때 나한테 상 준다고 연락을 받았다. Award for Creative Excellence.

1년 내내 뭘 했나 생각해 보면 딱히 상 받을 만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력서에 "수상경력"에 올릴만한 게 하나 생겨서 기분이 좋긴 하다.
사실 기분이 디게 좋다. 그런데 이 기분을 100프로 이해할 만한 사람이 없는 게 조금은 아쉽다.

#
다시 30 Rock 을 봐야겠다. I love netflix.

2010/04/26 07:45 2010/04/26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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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원하는 거.

2년 내내 타지에 쓸데없는 공부하는 중, 그래도 머리에 구멍이 뚫리도록 박힌 거 하나는.
대본을 분석할 때 가장 기본이 되는 건! 캐릭터가 "원하는 거" 이거 찾아내야 한다는 거.
이거 하나로 작품이 왔다가 갔다가 죽었다 살았다 한다는 거.
윌리 로맨은 "인정받길" 원했고,
오이디푸스는 "진정한 정의"를 원했고,
노라 헬만는 "사랑"을 원했고,
헤다 가블러는 "자유"를 원했고
심청이와 행복한 왕자는 "공동체의 행복"을 원했고
콩쥐는 "탈출"을 원했고
스크루지는 "안정"을 원했고
리지는 "독립된 삶"을 원했고
석준이는 "같은 수준의 반려자"를 원했고
올리브는 "교감"을 원했고

...

원하는 걸 갖게 되면 코메디고
원하는 걸 거부 당하거나, 구해도 그게 인생을 파멸시키면 비극이고.

디게 단순하지? 나 이거 배울라고 2년동안 젖소들과 노래하네.

그래서 나 이제 이거 디게 잘해. 대본을 한번 쓰윽 봐도 요놈자식이 원하는 게 뭔지 확 알 수 있어.
이거, 쉬운 거 아니라구. 쉽게 생각하지 말아주길 바래.
예를 들면, 빨간모자소녀가 원하는 게 뭐라고 생각해? ... 고민되지?
난 이거 대번에 확 결정하고 확 연출방향 잡고 확 무대를 그릴 수 있단 말이지.
게다가 인간이 대부분 원하는 것들을 하나 골라 잡아 그에 대한 작품도 휘리릭 써낼 수 있게 됐어.
이게 2년의 수확이라 한다면 수확이라 할 수 있지.


근데 골 때리는 건.
이렇게 2년을 지내고 나니까.
정한솔이가 원하는 게 뭔지 무진장 헷갈려졌다는 거야.

알지,
나 여기 오기 전에는 완전 확고한 의지. 요지부동의 꿈. 확실한 길, 방향... 이런 사람이었던 거.
연출할 거구. 뮤지컬 연출할거구. 게다가 창작 뮤지컬 연출 할거구. 내가 쓸거구.
많은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감동적인 작품 위주로 쓸 거구.

... 참 깔끔하고 단순한 "원하는 거"였는데.

2년이 지난 지금, 수많은 다른 이들의 "꿈"들을 집어낼 능력이 생긴 지금.
내 꺼가 뭐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 막 헷갈린다 이거지.

내가 뭐하고 싶은지 모르겠고, 어떤 사랑을 원하는 지 모르겠고,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모르겠고, 어떤 가치를 추구할 건지도 모르겠고,
심지어는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이 뭔지도 모르겠어.
(여긴 아이스크림이 죄다 너무 맛있어)

그러니. 이거 헛똑똑 아닌가? 싶기도 해.
능력과 테크닉은 늘어가고, 지식도 풍부해지고, 풍부한 지식을 뽐낼 어휘능력도 팽창하였으나.
그 테크닉을 이용해 이룩해 내고 싶은 지표가 없어졌어.
내가 열심히 땅 파는 동안 누가 휙 하고 빼간 기분이야. 아 허무하다고.

연출? ... 그냥 소꿉놀이를 좀 더 난리쳐서 하는 거잖아.
뮤지컬? 아 막 가식적이야, 여기 저기 사람 죽어나가고 있는데
사랑과 희망과 기타 등등 솜사탕 감정에 대해 노래 해서 어쩌겠다는 건데.
창작? 이거 아무나 하는 거 아냐. 그리고 혹 내가 그 아무나가 아닌 "극작"의 재능인이라 쳐도.
거짓말 이야기나 만들어 남의 피땀 묻은 작은 돈을 움푹움푹 가져가서 잘 살고 싶니?
꿈과 희망과 감동을 주는 작품을 쓴다 해도, 그 때 뿐 아니야?

... 아 막 싫어, 막 회의가 들어.
아주 솔직해지자고. 그냥 니가 이거 하는 거 재미있으니까, 쪼끔 더 놀고 싶으니까 하는 거잖아.
내가 쓰는 작품은 내 아이인 거구, 그걸 보고 누군 감동 받고, 누군 쓰레기라고 하고,
궁극적으로 이거 신경 안 쓰고 열심히 내 할 이야기 해야 그게 프로페셔널이잖아.
남이 받는 감동 따위는 사실 신경 꺼야 하는걸.


내가 원하는 게 뭘까.
내 삶의 이야기의 주인공이 "원하는 게" 뭘까. 이거 참 헷갈려. 요즘.



#
오늘 29도였어. 누가 내 봄을 훔쳐 간 거니. 죽여버려.

#
리딩 잘 끝났고, 이제 수정해서 세상에 내보낼 준비하고 있는데 아 진짜 잘 안되는 거 있지.
교수들은 다 좋아하고, 피드백도 좋았고 하는데. 이 사람들, 하나도 믿음이 안 가는 거라.
난 왜 이렇게 시니컬해진 걸까. ... 원래 그랬나.
그래도. 뭔가. 내 작품에 대한 자신감은 어느 정도 있었던 거 같은데.

#
나 이제 Dramatist Guild의 공식적인 멤버가 되었다.
프로 페스티벌에 내 작품이 공연되었으니 이제 공식적인 아메리카의 극작가로 쳐준다네. 신기.

#
나 아직도 여름에 어디서 뭐할 건지 결정 하나도 안 났다. 깝깝해 디진다.

#
오랜만에 어느 정도 안정된 사람과 함께 한다.
이건 또 얼마나 갈건가 스스로 시니컬해지고 있긴 하지만.
매일밤 히히호호 좋아하면서 전화할 사람이 있는 건 좋은 거 같아.

#
교수랑 쓰는 뮤지컬 대문에 머리털 다 뽑히고 있어.
나 숱 많아 다행이지 아님 완전 대머리 됐을거야.
근데 느낌 좋긴 해. 잘 나올 거 같아.

#
집에 가고 싶다. 많이.

#
벌써 5년 전의 일이 되었구나. 그 땐 참.. 어리고, 열정도 많고, 사고도 많이 쳤는데.
나 이제 늙긴 늙었나봐, 그 때 생각하면 참. 피식 피식 웃음이 나온다.

#
시카고, Salt Lake City, 그리고 Dartmouth 대학.
아직 리딩 단계에 있는 나의 작은 위안부 연극이 막 러브콜을 받기 시작했다.
어리둥절 뺑뺑 기분 좋긴 한데 너무 기대하면 안될 것 같기도 하고
.,,
참 꼬였다 정한솔.

#
오디에서 2011 가을에 연출 데뷔시켜준다고 작품 하나 골라보랜다.
나 이거참. 몹시 흥분되긴 한데, 나의 정해놓은 계획에 약간 우회도로가 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사람을 쉽게 믿으면 상처만 받는 다는 거, 이미 너무 잘 알고 ...
쓰읍쓰읍

#
내 안에서 흘러나올 이야기들에 미친 듯이 가슴 벅차다가
그 이야기들의 사소함에 미친 듯이 우울해지다가
알고 보면 이야기가 별로 없고, 그걸 잘 풀어낼 능력 없으며 죽고 싶다가
또 칭찬 받으면 졸래 디스코 춤 추다가

이렇게 하루 지내고 나면 침대에 폴싹 앵겨서 쌔근쌔근-
불면증은 옛것이 되었으니.


#
세재를 새로 샀는데 참 달콤한 냄새가 나.

#
테니스 치고 싶어.

#
사진 찍고 싶어.

#
참 할 얘기도 많고, 일어난 일도 많고, 고할 일이 많은데.
영 힘이 나지 않고, 너무 새벽 1시 20분이야. 나 요즘 12시면 침대와 하나가 된단 말이지.


till next time.
I love you.

2010/04/08 14:25 2010/04/08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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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  노희경


나는 한때 나 자신에 대한

지독한 보호본능에 시달렸다.
사랑을 할 땐 더 더욱이 그랬다.


사랑을 하면서도 나 자신이 빠져나갈 틈을
여지없이 만들었던 것이다.


가령, 죽도록 사랑한다거나,

영원히 사랑한다거나,
미치도록 그립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내게 사랑은 쉽게 변질되는

방부제를 넣지 않은 빵과 같고,
계절처럼 반드시 퇴색하며,
늙은 노인의 하루처럼 지루했다.


책임질 수 없는 말은 하지 말자.
내가 한 말에 대한 책임 때문에

올가미를 쓸 수도 있다.
가볍게 하자, 가볍게.
보고는 싶지 라고 말하고,
지금은 사랑해라고 말하고, 변할 수도 있다고
끊임없이 상대와 내게 주입 시키자.
그래서 헤어질 땐 울고불고 말고 깔끔하게, 안녕.


나는 그게 옳은 줄 알았다.
그것이 상처받지 않고

상처주지 않는 일이라고 진정 믿었다.
그런 데, 어느 날 문득 드는 생각.
너, 그리 살아 정말 행복하느냐?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죽도록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에

살만큼만 사랑했고,
영원 을 믿지 않았기 때문에

언제나 당장 끝이 났다.
내가 미치도록 그리워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도 나를 미치게 보고 싶어 하지 않았고,
그래서,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사랑은 내가 먼저 다 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
버리지 않으면 채워지지 않는 물잔과 같았다.


내가 아는 한 여자,
그 여잔 매번 사랑 할 때마다 목숨을 걸었다.
처음엔 자신의 시간을 온통 그에게 내어주고,
그 다음엔 웃음을 미래를 몸을 정신을 주었다.

나는 무모하다 생각했다.
그녀가 그렇게 모든 걸 내어주고 어찌 버틸까,
염려스러웠다.


그런데, 그렇게 저를 다 주고도

그녀는 쓰러지지 않고,
오늘도 해맑게 웃으며 연애를 한다.
나보다 충만하게.

그리고 내게 하는 말, 
나를 버리니, 그가 오더라.


그녀는 자신을 버리고 사랑을 얻었는데,
나는 나를 지키느라 나이만 먹었다. 


사랑하지 않는 자는 모두 유죄다.
자신에게 사랑받을 대상 하나를 유기했으니
변명의 여지가 없다.
속죄하는 기분으로 이번 겨울도

난 감옥 같은 방에 갇혀,
반성문 같은 글이나 쓰련다 

---

난 호텔 방에 혼자 앉혀 두면 안돼.
빅토리 가든 출품을 위해 Among the Dead 제 7고를 데리고 깨작대고 있는데
구글에서 이런 글을 뱉어줬어. 아주 완전 쌩뚱맞은 소스에서.

어때? 넌 유죄야? 무죄야? 어떻게 사랑하는 게 맞는 거야?

난 잘 모르겠어.
어릴 때 한 때는 저렇게 온통 사랑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는데
몇번 디지게 얻어 맞고 나서는 생각이 좀 바뀌고 있는 중인 거 같아.
 
나를 버린다고 그가 꼭 오지는 않더라.
저를 다 주고 난 뒤에도, 다시 또 해맑게 새 사랑을 할 수 없더라.
노희경님 거짓말하셨나. 그냥 나만 그리 비비 꼬인건가.

분명한 건.
저런 시를 읽고 고개 꺽이도록 끄덕일 수 있었던 순수함이 그립고
저런 시를 읽으면 미소나게 만드는 얼굴 하나 있던 애틋함이 그립고
저런 시를 읽을 때, 가슴 또아리 틀게 하던 후회 아픔 아쉬움 그런 거까지 그리워.



난 유죄인가? 잘 모르겠는데. 근데 까 놓고 말해서 유죄인 게 맘 편한 거 아냐?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는 없는 거잖아.
근데 자유가 주어졌다고 착각하면서 날라다니다가
하늘 배경에 구름 모양 그려진 판때기에 얼굴 짜부되는 게 왜 행복해?

그 짜부된 팬케익이 될래, 감옥에 갇힌 개똥글쟁이 될래, 한다면.

너는?


우리 아빠 말대로라면 난 어렸을 때부터 맷집이 강했대.
대드는 데 선수, 물불 안가리고 일단 몸 던지고, 다쳐서 울 땐 울더라도 일단 고.
그놈의 자존심 때문에 팬스테이트까지 날라와서 얼굴 짜부되었는지도 몰라.
그놈의 자존심 때문에 여기 저기 이거저거 퍼다 주고 이렇게 사람에 지쳐있는 지 몰라.

그래도 날았잖아! 짜부되어서 이마만큼 성장한 거야!
라고 함부로 칭찬 같은 거 던져주는 분들에게 설명할 수 없는 ..

우산, 비, 도너츠, 커피, 베니스의 상인, 종로 금은방, 클릭, 한강, 바다,
순두부찌개, 김치찌개, 치맥, 파란 하트, 베니건스 폴라로이드, 퓨마 쭉티,
대학로 디비디방, 고릴라 인형, 스타샷, 산책, 동영상, 공연, 여행, 흰장미
익숙한 침대, 샴푸 냄새, 송아지 치즈, 새벽 5시 놀이터의 안개...

같은 것들 때문에

난 결국에는 스멀스멀 나만의 안전한 감옥으로 다시 도망 와서는 
남들이 얼굴 짜부되는 이야기들을 막 지어내고 있어.


비슷하게 지친 오랜 친구와 국제통화하다가 내린 결론은.
맷집이 센 게 아니라, 그냥 무식했던 거 같아. 뭘 몰라 덤빈 거지.

나라는 사람은 말이야

물 차가운 거 알면 엄지 발꼬락부터 차근차근, 물에 들어가는 거 20분 넘게 걸리고
동탱이랑 비니랑 19초 걸린 번지점프, 4분 버티다 환불안된다길래 억지로 뛰고
애인이 포크에 얹혀준 스파게티도 일단 후후 불어보고 입술에 김이 닿지 않을 때 먹고
연애하기 전에 밀땅 선수,
직장에선 눈치 백단,
학교에선 시키는 것만 하는.

자세히 들여다보면 엄청 겁쟁이더라구.


그래서 난 내 감옥이 일단은 좋은 가봐. 편하고. 외로울 때도 있지만.
면회오는 귀여우신 훈남들 간혹 있고. 마음 적셔주는 공연도 간혹 있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서로 응원하는 척 해주는 친구들도 있고.

하아... 오늘은 투어 마지막 날. 미시간 첼시라는 완전 시골동네 한적 곳에 떨어진 호텔방에서.
히터를 너무 오래 틀어놨더니 정신이 오락가락 하시는군.

해피 화이트 데이



2010/03/14 07:08 2010/03/14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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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 정한솔.

넌 누구니?
Tell me about yourself.
세상에서 제일 두려운 질문이다. 나 자신을 얘기하는 것.
사실, 말과 언어라는 것 자체에 대한 엄청난 불신을 키우는 중이라 그런지,
(사람은 100이면 100 말이랑 생각이랑 행동이랑 다 따로 노는 것 같더라구)
저 질문에 답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날 알 순 없다고 생각한다.
상대방이, 내가 하는 말을, 내 의도에 100% 합치되게 이해하기란 불가능하다.

하지만.

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 본다면. 난 누구니?
언어가 아니더라도, 이미지로, 냄새로, 기억으로... 그냥 느낌으로.
난 내가 누구인지 알고 있는 걸까? 넌 니가 누구인지 알고 있냐?

생각이라는 무서운 도구를 써먹기가 무서워서 두리뭉실하게
뭐, 똑부러진 척 하고, 약간 이기적이고, 말할 때 뭔가 웅얼거려서 듣기 좀 답답하고...
그런데 말싸움 잘 하고, 낭만적이고, 이상주의적이고, 꿈, 미래, 상상, 사랑, 마음 이런 단어 좋아하고...

기타 등등.
대충의 스케치를 그려놓고 그게 나라고 "말"하고 다닌다.

하지만 나라는 존재를 파고 들진 않는다. 넌 언제부터 존재하기 시작했니?
내가 태어난 때부터? 엄마야랑 아빠야랑, 두 세포를 합치긴 다음부터?
아니면 내 머리속에서 뽑아낼 수 있는 가장 첫 기억부터?
넌 왜 존재하기 시작했니? ... 그게 니 선택이 아니었다고 답할거라면,
그러면 지금도 계속 존재하는 이유는 뭐니? 지금은 니 선택이잖아.
지금 당장이라도 존재를 끝낼 수 있어. 그러지 않는 이유는 뭐니? 그냥? 그냥? 그냥?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들이 꼬리를 물어물어 내 뇌덩어리에 주름을 몇개씩 파내고 있다.

"진짜" 정한솔이랑 남들이 보는 정한솔이랑, 정한솔이 보는 정한솔이랑,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감이 조금씩 잡히고 부터, 혼란의 도가니를 노닐고 있다.

감히 이게 존재의 시작이라고 주장할 수 있을까?
감히 이 질문이 애벌레 정한솔이 진짜 나비 정한솔로 변화하는 계기라고 할 수 있을까?

한 미친 노인이 목쉬어라 외쳤다.
나는 나, 돈키호테.
사실, 그 노인은 알론조 키하나였다. 돈키호테도, 기사도, 낭만적인 남자도 아니었다.
... 세계의 눈에서는.
하지만 자신의 눈으로 봤을 그 노인은 돈키호테를 봤다고 한다.
그리고 그 돈키호테는 꿈을 꾼다.
자신이 누군지 당당히 외칠 수 있기에, 당당히 꿈을 키울 수 있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며, 자신이 키호테인지 알론조인지
미시적인 고민에 사로잡혀서 우울해하지도 않고, 좌절에 주저앉지 않고, 앞으로만 뻗어 나간다.
자신이 믿는 삶과 자신이 믿는 별을 향해 끝없이 끝없이 팔을 뻗는다.
그래서,
행복하다.

나는 나, 정한솔이다.
남이 보는 내가 나라고 수긍해 버리고 살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내가 보는 내가 뭔지 알지도 않았다. 그렇게 스물여섯해를 흘려보냈다.
(글쎄, 어렸을 때는 알고 있을런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 정한솔은 존재하기 시작하련다. 혹시 알아?
펜스테이트에서 눈이 고만 내리고 봄이 오면, 나비가 되어 날아오를런지도.
아니면 코끼리. 아니면 사자. 아니면 돼지.
애벌레가 뭘로 변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분명히 나는 계속 이 속에 갇혀서 애벌레로 남아 있지 않는다.
세상의 문화와 세상의 썩은 것들에 물들어
그냥 바닥 기는 데에 만족하는 애벌레 따위로 살다가 죽진 않을 것이다.

나는 나, 정한솔이구,
세상에 맞추기 보다, 세상을 나에게 맞추겠다. 맘에 들지 않으면 포기하거나 바꾸라고 했겠다?
좋아, 존나 바꿔주리라. 저 말 했던 걸 후회하도록, 바꿔주겠다.

거기까지 가는 과정? 결과? 모르는 거지만, 내가 아는 만큼 살겠다.
난 너희들에게 미안한 거 하나도 없다. 너희의 도움이 있다면 받고, 없다고 해서 울지 않는다.
I deal with a greater power, I define myself within a greater power.
Therefore I AM a greater person.

너희가 보기엔 불가능한 꿈이여도,
너희가 평가하기엔 우스운 모습이여도,
너희가 만들어 놓은 사다리의 밑바닥에서 기는 듯 해 보여도,

나에겐 미래의 현실, 나에겐 최고로 아름다운 모습, 나에겐 구름을 초월한 높이로 뛰어넘는 과정이다.

강하고 담대하고 불가능한 것이 없는 사람,
그게 나다. 이건 절대불변의 진실이다. 니가 믿거나 말거나, 이제 난 별로 상관하지 않으련다.

오랜만에
쓰레기 같은 글을 토해내니 후련하다.
위대한 빈군자의 말을 빌려. 여기까지 읽었다면 당신은 둘 중에 하나이다. ㅋ
이제 쓰레기 버리러 가야겠다.

2009/01/14 07:15 2009/01/14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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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나먼길

그 꿈 이룰 수 없어도
싸움 이길 수 없어도
슬픔 견딜 수 없다 해도
길은 험하고 험해도.


정말 이루고 이기고 견디며 발길을 옮겨야만 하는 걸까.

조급하다고 욕먹겠지만, 너무나도 까마득해서, 그리고 지금 내 현실이 너무 있는 그대로 보여서...
빨리 벗어나고 빨리 올라가고 빨리 달라지고 싶다.

그런데 마음만 싶을 뿐.

개판일보 직전 인생. 왜 이렇게 된 걸까. 누구 탓도 할 수 없고 자신을 탓할 수도 없고.
통제불능, 마음에 두고 있는 것도, 곁에 두고 있는 것도, 아무 것도 없다.
채워지는 것 없이, 쌓아지는 것 없이 하루 하루 뇌없는 애처럼 몽실거리다가
이렇게 또 하루가 끝났다고 주위가 어두워지면, 허탈하고 쪽팔리다.

잘못해도 한참 잘못하고 있잖아.
뻔히 알면서 왜 이러는 걸까.
아무것도 자극이 되지 않아.
너무 자극이 많았어서 아예 감정장치를 내가 고장내버렸나.

언덕위에서 시작된 씨앗이 굴러서 이제 걷잡을 수 없는 눈덩이가 되어버렸나보다.


종빈이랑 오랜만에 길게 우울한 통화를 했다.
금요일이면 우리 빈이 온다. 9월 14일이면 안노도 온다.
... 그 때 쯤이면, 내가 알던 정한솔도 다시 돌아 올까?


제발. 정신. 챙기자.
2007/08/18 23:53 2007/08/18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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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막바지

첫 2막 런을 하면서 마음이 허탈해진 건,
비단 연습실의 그 사람 때문은 아닐 거다.

전하고자 하는 마음과 전달받는 마음 사이의 소통로가
실로 말도 안되게 비좁다는 생각에,
어찌 보면 애초부터 존재하기도 어렵다는 깨달음에

내가 이루고자 하는 꿈이 정말 말 그대로 임파서블하다는 슬픔에 잠긴 것일 수도.

두루뭉실한 마음을, 분위기를 전하고자 하는 우리.
그리고 단순히 하룻밤을 즐겁게,
어떻게 보면 조금은 극장의 사치를 빌려 의미 있게 보내고자 하는 사람들.

괴리가 너무 크지 않은가.


인터미션으로 두동강 나버린 임파서블 드림은 너무 슬프다.
그리고 그래야만이 관객에게 전하고픈 걸 전할 수 있는 우리 문화가 슬프다.

2막런은 그런대로 괜찮게 흘러갔다.
여관주인의 부재가 많이 느껴졌지만, 그래도 연습한 것에 비해,
비 때문에 쳐지는 기분에 비해, 감동의 엔딩은 여전히 강렬하다.

어쨌든 간에.

정말 좋은 작품, 맨 오브 라만차.

절대로 무슨 일이 있어도 나는 연출하고 싶지 않은 작품 라만차.
뭔가 그 감동을 훼손할 게 두려워 아직은 손 대는 것조차
꿈꾸고 싶은 마음조차 가둬 놓을 정도로 아름다운 이야기.

이 거만하고 교만한 정한솔이 말이다.

이건 정말이지 엄청나지 않을 수 없는 사실이다.


안타깝게도 백조님의 우울함은 오늘도 계속되었다.
단순히 딸과 아내를 보낸 기러기 아빠의 우울함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가 전달하고자 하는 얘기들이 충분히 전달됐으면 좋겠는데.
그가 느끼는 감동을 극장에 서 있는, 앉아 있는 모든 마음들이 느꼈으면 좋겠는데.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게 너무 작아서 덩달아 우울했다.


내일은 연습실을 옮긴다.
더 큰, 더 예쁘고 새로운 공간이랜다.
길치 정한솔이 잘 찾아 갈 수 있을까 살짝쿵 걱정되는 건 사실이지만
어찌됐든 간에,
이 순간을 계기로
함께 이야기를 꾸리는 스물몇명의 기분이 더욱 맑게 전환되는 계기였음 얼마나 좋을까.

이번 작품만큼은
타성에 젖지 않은, 자존심을 세우지 않는,
일상과 현실에 지쳐서 대충 때워지지 않는...
그런 무대였으면 하는 소망을 간절히 품으면서
내일의 공간을 기대해보는 중.


어제 지연조연출네서 잠을 청했는데
노새끌이들이 정장을 차려입고(?) 나를 뚜드려 패는 꿈을 꿔서 조금 무서웠다.
이제부터는 조금 특별히 잘 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찰나,
백조님이 그들의 연습을 일찍 끝내줬다. 아주 좋아.

어쨌든, 찝찝한 강간씬을 자꾸 지켜보는 나의 무의식에 심겨진 악몽이었다 생각하고
가벼이 넘겨버리려는 심산이다.

노새끌이들 무서버.
특히 안셀모.

"쉐야 쟈근 쉐야~ 퍼벅!"

에휴.

오늘 정말 어이 없고 어떻게 보면 웃긴 일이 뭐냐면,
아주 진지하고 심각하게 거울의 기사 씬 연습을 약간은 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하고 있었는데
돌아보니 이산쵸와 기타 노새끌이들이 선영언니 손을 뒤로 묶어 놓고
못 풀어서 칼을 가따가 끈을 짜르려고 낑낑대고 있더래다.
어떻게 보면 참 섬뜩한데
그 당시에는 웃겨가꼬 뒤집어지는 줄 알았다.
왜 묶었는지 물어보니 전선묶는 프라스틱 끈으로 엄지손가락을 묶으면
죽었다 깨나도 못 푼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실제로 묶어봤다네.
서른넘으신 대한민국 뮤지컬계의 주연공들께서 그런 초딩스런 놀이를 즐기시는게...

거봐, 웃기지?

오늘은 거울의 기사 씬 연습을 많이 했는데
왠지 칼 들고 가발 쓰고 휘청대며 무서운 까라스꼬한테 뚜드려맞는 꿈을 꿀까
침대에 눕기가 두려운지고...


그나저나.
요즘 야식 및 간식이 많이 들어와서 너무 행복하다.
간혹가다 마련되는 오디컴퍼니들의 수박과 빵, 
어제는 선영언니 팬클럽이 보내온 각종 과일과 샌드위치와 쥬스,
오늘은 승우오빠 매니저님이 갖고온 아스크림과 빵(김영모빵! 최고야)과 우유.
쉬는 시간도 스리슬쩍 늘려주고 야식원츄량을 동일하게 성장시켜주는 야식들!
이런 작은 행복들로 우리가 그 불가능한 꿈을 꾼다는 주장은,
너무 들떠버린 꼬마쏠의 헛소리일지도 모르지만.



물론, 난.
좋아하는 사람들과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자기만족적이고 자위적인 기쁨을 위해 이 일을 하는 건 아니다.

세상에 자비를 더하고자.
조금 더 좋은 곳으로 만들고자.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조금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꾸고자.

그런데 나는 아직 너무 작고 아무것도 없다.

내가 모르는 타인은 고사하고
내 주위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들은 물론,
심지어 나조차도 행복하는 방법을 잘 모르는데.

....

돈키호테들처럼
천번을 때려눕혀도 천일번 일어나는 의지로
쓰레기더미에서 보물을 찾아 헤매며
이룰 수 없는 꿈을 향해 팔을 뻗는 게
내게도, 너에게도,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이라면 모를까.

2007/07/20 00:03 2007/07/20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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