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이 예쁜 게 참 다행이야.
어제 교회, 오늘 2시간 수업을 제외하고는
4일을 내리
같은 자리에 앉아서
같은 백지를 앞에 두고
같은 머리통을 쥐어짜고 있어.
토요일까지 단막극을 써야 한대.
그냥 단막극도 아니고 예일대생이 쓴 단막극을 써야 한대.
근데 어쩌지 글 쓰는 법을 까먹은 거 같아.
글 쓰는 법을 핸드폰이나 지갑을 잃어버리듯
택시에 놓고 내린 것 같아.
나 택시 타지도 않았는데.
지독하게 아픈 사람 나쁜 사람 못된 인간들 다섯명이
내가 만들어 내겠다고 이름 지은 아주 못된 다섯명이
지금 내 머릿속에 내 백지 속에 내 예쁜 집에
암덩어리처럼 훅훅 번져대고 있어.
제대로 인간도 아닌 것들이,
제대로 이야기도 아닌 것들이,
아직 세상에 나올 자격도 주어지지 않은 것들이
멜롱멜롱 날 놀리면서
침대 위에
소파 위에
탁자 위에
식탁 뒤에
변기 위에
계단 밑에
카펫 밑에
이불 아래
냉동실 안에
세탁기 안에
슬리퍼 속에
머리통 뒤에
뿅 뿅 뿅
난 그 놈들을 휘어 잡지 못하여 이리저리 끌려 다니며
되도 않는 글들을 뱉어내고 있어.
아주 못된 놈들이야.
도망댕겨.
아주 죽여버리고 싶어.
근데 얘네를 죽이면 내가 죽어.
집이라도 예쁜 게 참 다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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